[토론회] 버리지 않고 고치는 사회
국내 리페어카페 '수리상점 곰손'에서 수리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현재 한국형 에코디자인 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요. 토론회에서 수리권 방향과 내용을 잘 담고 있어요. 수리상점 곰손의 운영지기인 자두님께서 쓰신 글을 옮겨왔습니다.

발제

토론회에선 한국환경연구원의 조지혜 연구위원님과 서울대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의 지현영 변호사가 발제를 해 주셨어요. 조지혜 연구위원님은 ‘수리권’ 의 개념 정립부터, 현재 국제사회에서 수리권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말씀해 주셨어요.
EU에선 에코디자인을 도입해 제품의 보증기간은 물론 보증기간 이후에도 수리할 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들이 수리업체나 수리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몇몇 제품의 수리지수를 제공하고 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소비자들에게 수리바우처를 지급하고 있고 부가세 감면 혜택도 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전기전자제품의 평가지표에 수리용이성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시며 국내무선청소기의 수리용이성을 평가해 보았는데 해외 제품보다 수리용이성이 훨씬 높게 나왔다고 하셨어요. 또 수리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해 주셨습니다.

지현영 변호사는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 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정말 세세하게 짚어 주셨어요(공부 많이 했습니다^^).
현재 수리권은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 법은 기본 원칙에 대한 부분만 있고 수리의 대상 제품이나 설계시 고려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부터 하셨어요. 비교할 만한 법인 자동차 관리법인데 이 법에선 수리 의무가 자세히 나와 있어요. 물론 자동차 관리법은 수리권과는 다른 자동차 안전과 제작결함 구제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법에 ‘수리’를 담는다면 자동차 관리법 정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국회에선 여러 의원들이 수리권 강화를 위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되었고 현재 이정문 의원이 순환경제사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마 이 개정안 역시 제품의 설계부분은 다루지 않고 있다 해요.
앞으로 법은 수리가능한 제품을 설계하고, 계획된 진부화를 규제하고 수리용이성을 적용하고, 소비자에게 수리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정리해 주셨어요.
토론

토론은 오세천 공주대학교 교수님이 좌장으로 진행해 주셨어요. 오세천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순환경제와 관련된 많은 연구를 이끌고 계시는 분이시라, 발표와 토론의 쟁점을 하나하나 다시 짚어 주시며 참석자들이 토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첫번째 토론자인 이동현 에코시티서울 대표님은 몇년 사이 중소형 가전제품 폐기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하셨어요. 에코시티서울은 서울에서 나오는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는 SR센터를 운영하는 곳이예요.
이곳에선 전년대비 27% 가량 가전제품 폐기물이 증가하는데 수리로 가전제품 폐기물 양을 줄여야 하나고 강조하셨고 그 방법으로 법으로 의무화 된 재활용센터의 활성화를 강조하셨어요. 공공 인프라로 설치된 재활용센터가 수리공간으로서 기능을 더 확장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번째 토론자인 김민석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 사무관은 폐기물의 정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폐기하고자 하는 경우’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수리 대상 물품을 폐기물로 볼지, 개인의 재산으로 볼지에 대한 선행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수리권 제도 도입 시 전문 수리업자의 제도 남용 가능성과 기존 폐기물 처리업계와의 이해충돌 등 현실적 갈등 소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앞으로 제도를 세부적으로 만들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마음속으론 극소수의 수리업자들이 ‘남용할 만한’ 법이 과연 가능하긴 할까를 생각했습니다.

세번째 토론자인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리권은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의 범부처 차원에서 검통되어야 하며 탄소감량과 일자리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독일에선 수리가 일자리와 직무개발과 연결되어 프랑스에선 낭비방지법 같은 법이 환경교육과 연계되어 있다고 하시며 프랑스에서 유치원시절부터 옷을 고쳐입자, 오래입자고 배운 아이들이 20년 뒤엔 어떤 순한경제를 구축할지 기대되지 않냐고 하셨는데, 아. 정말 동감되는 대목이었어요.
드디어 네번째 토론자인 다수리와 수리상점 곰손의 성연님은 그동안 곰손에서 수리워크샵을 진행하며 격은 엮은 여러 애로들부터 이야기하셨어요. 고치고 싶어도 열래야 열 수 없게 만들어진 제품들, 규격과 방식이 다 다른 제품들, 배터리만 바꾸면 쓸 수 있는데 버려지는 제품들 등등 . 3년차에 접어든 곰손의 활동 속에서 수리권이 어떻게 강화되어야 하는지 제안해 주셨어요. 특히 수리하는 시민들게 인센티브와 리페어카페나 재활용센터 같은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이 수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 활성화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마지막으로 은지현 청주녹색소비자연대 이사님은 기업들이 수시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수리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다며 수리 정보 제공에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하셨어요. 또 소비자상담센터에서도 수리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자칫 수리가 그린워싱의 사례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회에 참여하며 이 모든 제안들이 실현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자꾸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수리상점 곰손이 ‘수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수리권’이라는 말조차 낯설었어요.
하지만 이제 각 부처에서 수리권을 이야기하고 국정과제에도 반영되었죠. 수리권은 이제 몇몇 사람들의 관심과 주장이 아니라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이 흐름이 동네마다 마을마다 나아가 기업과 사회 전체에 어떻게 자리잡을 지 곰손은, 그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많은 이야기들은 앞으로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을 비롯한 각 법에서 수리권 강화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을 때 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토론회 자료집 보기